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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 소아 아토피·ADHD와도 연관"...장 건강 유지하는 습관은? ② [인터뷰]
[인터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노지혜 원장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아토피·천식 등 면역질환 유발
최소 6개월 이상 모유 수유 지속하고 항생제 남용 주의해야
과거에는 장과 뇌가 별개의 기관이라고 여겨졌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이 두 기관이 미생물을 매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장 신경계에 신호를 주는 장내 미생물 환경은 비만, 당뇨, 암, 염증성 질환 등 각종 질병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소아의 면역 체계와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청소년과 노지혜 원장(충주온소아과)은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단순한 장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발달과 행동 조절, 심지어 면역 발달까지 깊이 연결된 중요한 축이다"라면서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소아 발달과 신경 질환 예방 및 치료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과 면역 질환과의 연관성, 그리고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실천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나요?
장내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장 점막 손상을 초래해 장누수증후군(leakygut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독소와 병원균이 혈류로 유입되어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비만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죠.
특히 소아기의 장내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 여러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adhd와 같은 신경 발달장애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q. 장내 미생물은 소아의 정서 안정과 사회적 행동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장내 미생물은 신경전달물질 생성과 조절을 통해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세로토닌은 뇌에서 감정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며, 도파민은 동기부여와 보상체계를 활성화합니다. 이러한 신호들은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정서 안정과 사회적 행동발달에 기여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복통, 변비, 설사, 위염과 같은 장 증상을 관리해 주면 문제 행동이 감소한다고 하는데요. 장이 우리의 정서와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연구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장내 유익균의 비율이 높은 아이들은 스트레스 반응이 낮고, 사회적 상호작용과 학습능력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반대로, 병원성 미생물이 증가하거나 낙산과 같은 유익 대사산물이 감소하면 불안감과 사회적 위축, 행동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알레르기나 아토피, 천식과 같은 면역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유아기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체계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생후 첫 1년 동안의 변화가 면역 질환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시기는 면역체계가 항원에 대한 관용(tolerance)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로, 장내 미생물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생후 1년간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과 안정성이 부족한 영아는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 발병률이 높아지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어린 시기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면역체계 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단쇄 지방산(scfa)과 같은 유익 대사산물을 생성하는 균주가 감소하면 염증 조절과 장 점막 보호 기능이 약화되어 이러한 질환의 병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
q. 단쇄 지방산은 면역과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오직 마이크로바이옴만이 만들 수 있는 단쇄 지방산은 섭취한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이 단쇄 지방산이 생성되면 장벽으로 흡수되어 혈류를 타고 온몸을 돌게 됩니다. 특히 부티르산은 대표적인 단쇄 지방산으로, 소장과 대장 내 상피 세포를 강화해 염증을 막아주고 발암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티르산을 생산하는 유산균이나 직접 부티르산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면역을 담당하는 t 세포의 활성이 좋아지거나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감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 것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충분한 식이섬유를 통해 단쇄 지방산들을 만들어 내고, 이 단쇄 지방산은 혈류를 타고 다양한 곳에서 건강한 신호를 발생하여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q. 아이의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활습관이 필요할까요?
가능하면 최소 6개월 이상 모유 수유를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유는 유익균 성장을 돕고 병원균을 억제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균형 잡힌 이유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채소, 과일, 통곡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유익균의 에너지원인 프리바이오틱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항생제는 병원균뿐 아니라 유익균까지 파괴하여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죠. 특히 소아기의 항생제 남용은 장 점막을 손상시키고 병원성 미생물의 과증식을 촉진하여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면역 체계 발달이 지연되거나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 군집 회복이 어려워 장기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 사용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치료 후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통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과도한 살균은 피하고 자연에서 아이가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어 면역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작은 습관 변화가 미래 아이의 건강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도움말 = 노지혜 원장(충주온소아청소년과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