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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입덧 심해 못 먹어요"…중요한 건 식사량이 아닌 '시기별 영양 밸런스'
임신을 하면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식사'다. 산모가 먹는 음식이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를 위해 익숙하지 않은 식단을 챙겨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특히 임신 초기엔 입덧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산모가 많아,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임신 중·후기로 접어들면 태아의 성장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열량과 영양소가 필요해지지만, 과체중 위험이 있어 식사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에 이상봉 약사(한양대 겸임교수, 정다운약국)와 함께 임신 중 영양 요구량의 변화부터 시기별 필수 영양소와 보충법, 건강한 임신 유지를 위한 실천 방법까지 상세히 알아본다.
혈액량 증가하지만, 농도는 묽어져…임신 중 일어나는 영양학적 변화
임신 중에는 모체 유지와 태아의 성장 및 발달을 위해 영양소 필요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태아에게 영양소 및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산모의 혈액량이 약 45% 증가하면서, 단백질, 철, 엽산, 비타민 b6 등 혈액 형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의 필요량이 크게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에스트로겐 농도가 상승해, 영양소 운반을 위한 혈장 단백질 합성이 늘어나고, 소화관 내 칼슘과 철의 흡수율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러나 늘어난 혈액량에 비해 적혈구 합성이 이를 따르지 못해 '혈액 희석 현상'이 발생하고, 태아 및 모체의 급격한 철 요구량이 급증하면서, 혈액 내 비타민과 무기질 농도는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태반 호르몬의 영향으로 위 배출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소화 기능 저하와 변비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감소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중 체중 증가 정도는 임신 유지와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이므로, 임신 전 체중에 따른 바람직한 체중 증가량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
"초기엔 엽산, 중기엔 철분"…시기별 핵심 영양소와 주의점
임신 전반에 걸쳐 적정량의 영양소 섭취가 필요하지만, 태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핵심 영양소가 달라진다.
태아의 주요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12주 전후의 초기 단계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보다 핵심 영양소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엽산'이다. 엽산은 dna 합성과 세포 분열에 관여하며, 신경관 결손 예방에 필수적이다. 입덧으로 인해 식사가 불규칙해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엽산 보충제(하루 400~800μg)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태아의 성장이 빨라지는 임신 중기(13~27주)에는 산모의 혈액량도 증가해 영양 요구량이 높아지는 시기다. 이때 '철분' 부족은 산모 빈혈과 태아 성장에 직결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태아 골격 형성에 중요한 칼슘 섭취는 물론, 태아의 뇌와 망막 발달을 돕는 오메가-3(dha)도 20주 이전부터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상봉 약사는 "다만 출산을 앞두고 출혈 위험이 높은 36~37주부터는 오메가-3 섭취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거나 제왕절개가 예정된 산모는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임신 후기(28~40주)에는 태아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산모는 활동량이 줄고 커진 자궁이 장을 압박해 변비가 생기기 쉽다. 따라서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을 구성하거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관건…과량 섭취 피해야 할 영양소는?
임신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다. 태아에게 필요한 에너지의 80%는 당으로 공급되므로 탄수화물은 하루 최소 175g 섭취하되,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기 위해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은 태아와 태반, 모체 조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육류, 생선, 달걀 등을 통해 섭취하고, 지방은 태아의 뇌와 망막 발달을 위해 고등어, 멸치 등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품으로 섭취한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태아 골격 형성에 기여하므로 규칙적인 햇볕 쬐기와 함께 등 푸른 생선, 계란 노른자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태아의 뼈와 결체조직 형성에 중요하며 감귤류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반면 비타민 a(레티놀)는 과량 섭취 시 태아 기형 위험이 있어 고함량 제품은 피해야 하며, 요오드 역시 필요한 영양소지만, 과량 섭취 시 갑상선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상봉 약사는 "임신 중에는 고함량 단일제나 중복 복용이 문제를 일으키기 쉬우므로 특정 성분만 집중적으로 늘리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기반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 있어도 '탄수화물 끊기'는 금물…건강한 임신 유지법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시기별 영양 보충, 그리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있다면 식사 조절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상봉 약사는 "임신성 당뇨가 있더라도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기보다는 질과 양을 조절해, 하루 식사를 5~6회로 나누는 것이 좋다"며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지방 섭취가 늘어 태아 과성장(거대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혈압 산모는 열량과 단백질 등을 충분히 챙기되, 염분 섭취는 줄여야 한다.
양수 생성과 혈액량 유지를 위해 하루 6~8컵의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단, 카페인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철분제 복용 전후 1~2시간은 피하고, 섭취량은 하루 200mg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알코올은 태아에게 치명적이므로 금해야 한다.
이 약사는 "출산 후에도 산모 회복과 수유로 인해 영양 소모가 크므로, 수유기를 포함한 산후 초기에는 철분, 칼슘, 비타민 d,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